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사랑을 카피하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체리 향기〉(1997년) 이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란)의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사랑을 카피하다〉가 낯설 수 있다. 단지 로케이션 장소가 이탈리아이고,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탓만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에서 중요한 삶의 잠언들을 길어올리던 키아로스타미의 소박한 리얼리즘은 〈사랑을 카피하다〉에서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에 대해 격렬하게 논쟁하고, 중년의 부부를 연기하는 것 같던 역할극은 어느 순간 현실이 되어버린다. 과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일까? 오리지널만이 아니라 더보기